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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 시리즈는 개발자 커리어를 갖게 된 계기와 퇴사를 하고 1인 개발자로 나서게 된 사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기 형식으로 6회에 걸쳐 연재하였고, 혹시 저와 비슷한 진로를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5 퇴사 : 뜻 밖의 이민 그리고 결심


회사원의 슬럼프는 3, 5, 7년 주기로 온다고 했던가. 5년 차에 다시 한 번 큰 슬럼프가 왔다. 그 당시 외부 고객사의 차세대 프로젝트에 모바일 아키텍트로 참가 했었는데 그게 5년 차 슬럼프의 원인이었다.


당시 그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것은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었다. 기존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분이 팀에 도움을 요청을 했고, 팀에서 급작스럽게 구원투수의 역할로 투입이 되었다. 이미 프로젝트 기간은 상당히 흘러가 있었고, 고객 담당자의 무리한 요구사항은 쌓여 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원래 이런 프로젝트는 중간에 들어가는 것을 절대 조심해야 한다. 당시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2주 정도의 기간 동안만 프로젝트 구조를 잡아주고 나오는 조건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역시나 우려대로 그 프로젝트에 발이 묶이게 되었다. 이미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듯한 느낌이 이곳 저곳에서 감지 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자체가 워낙 대형 프로젝트라 만약 잘못될 경우 팀에 미치는 손해도 막심했다. 팀에 다른 프로젝트도 많았는데 유독 그 프로젝트에 팀장님도 묶이게 되어서 힘들어 하고 있었다.



매몰치 못한 성격에 어쩔 수 없이 그 프로젝트 오픈 때까지 지원을 하게 되었다. 결과는 프로젝트 기간 내내 끊임없는 야근과 스트레스였다. 꼴딱 밤 새기도 여러 번이었고, 한번은 밤 새다가 찜질방가서 잠깐 자다 일어났는데 머리가 핑 돌아서 기절할 뻔한 적도 있었다. 이러다 뇌졸중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렇게 고생 끝에 오픈하고 프로젝트를 나왔다. 아마 조금만 더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거기서 퇴사했을 것이다. 다행히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와서 그 이후에 2년을 더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모바일 앱 개발 전문가로서 이런 저런 프로젝트를 하면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7년 차에 다시 한 번 슬럼프가 찾아왔다. 당시에는 여자친구가 미국에 있었는데 미국회사에 지원해서 합격을 하게 된 것이다.


이미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고민이 증폭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이러려고 회사원이 됐나 하는 자괴감에 빠져 살기 시작했다. 인생에 대한 책도 수 십 권을 읽고 친구와 술도 많이 마셨다. 결국 그런 고민이 한국에서 사는가 미국에서 사는가의 문제와 겹치게 되었다.


솔직히 그 동안 몇 번 미국을 다녀온 바로는 미국 생활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별로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국 IT 회사가 엄청 좋은 복지와 근무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 회사는 회사다 라는 생각이 깊었고, 미국 문화를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미국 문화가 장점도 많지만 이민자로서 겪는 설움도 많다.)



하지만 무려 3년을 떨어져 롱디로 살아 온 참에 결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상태로 회사생활을 하는 것은 미래가 보이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떨어져 사는 것도 암담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반대로 이건 나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기회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조금 더 능동적으로 살아보자 하는 결심이 섰다.



그렇게 퇴사와 이민 결심을 하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갔다. 


이민 변호사가 요구하는 수 많은 서류를 준비했고 (변호사 비용이 비싸긴 했다) 당시 미국에서 대부분의 영문 서류를 미리 준비해서 신고 후 이민청에 영주권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주한 미국 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대략 1년 반 만에 영주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진짜 빨리 나온 편이라고 한다.


퇴사 2개월 전부터 담당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하나 둘 씩 정리하기 시작했고 인수인계를 마무리 하고 회사를 나왔다. 그 동안 고마운 분들께 다 인사를 못 드리고 나와서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오랜 기간 동안 애증의 마음으로 다니던 회사를 나온다니 뭔가 섭섭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다.


퇴사하고 당장 이민 준비를 하는 것이 급하긴 했지만, 잠시 동안은 군대 제대했을 때 느꼈던 바로 그 행복감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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